청소하는 과정에서 한 오래 전에 잊혀진 상자를 발견했다. 내용 중에서 사랑표와
고등학교 때 찍은 사진이 있었다. 옛날 친구, 가족 모임과
여행 추억 사진을 하나씩 하나씩 생각하다가 다양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 때 제일 밑에 있는 한 녹색
종이가 눈에 띄어서 상자 속 상념들을 위에서부터 하나씩 차례로 조심스럽게 꺼내어 인생지도처럼 마루에 놓았다. 손때로
더럽혀진 책의 페이지 사이에 녹색종이가 책갈피로 끼워져 있었다.
그 책은 많이 읽었던 <반지의 제왕>이었다. 표시한 페이지를 빠르게 읽어 보았지만 중요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마법사, 인간, 오크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데 특별히 눈에 띄거나 시적인 부분이
없어서 당황했다. 녹색종이를 뒤집었더니 숫자 10개가 적혀
있었다. 이건 뭐지? 전화번호가 아닐까?
첫 세 숫자는 <651>이다. 물론
내 고향이다. 미네소타에 대해서 생각하면 바로 서리가 내린 앞창유리와 동상에 걸린 손가락이 떠오른다. 이제 미네소타를 떠나는지 거의 8년이 되었다. 전화 번호 두 번째 세 숫자가 어떤 지역이었지? '미네소타 713'을 구글에서 검색하니 '화이트 베어 레이크'가 나타난다. 화이트 베어 레이크 출신 한 명 밖에 모른다...
초등학교 때 에밀리라는 친구였다. 금색 머리에 얼굴이 둥글고 뚱뚱했던 나는 수줍음을
많이 탔는데 그 친구는 나와는 완전히 달랐다. 친구가 많고 검은색 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렸으며 날카로운
용모가 아주 똑똑하게 보였다. 학교 식당에서 우리는 나란히 않아 가족만 빼고 모든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이야기보다는 우리는 공상의 세께에 살았다. 쉬는
시간에 해적 놀이를 하거나 집에 가는 길은 새처럼 훨훨 날아 갔다.
그렇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책과 공상에 더 깊게 빠진 반면에 친구는 그런 것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없어졌다. 아니, 나는 가정이라는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친구의 우리 가족 문제에 대한 질문을 피하고 싶었다.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인사 밖에 하지 않았고
다른 학생과 교류하지 않았다. 10월 7일은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준 피멍을 숨기지 못한 날이었다. 친구가 나한테 녹색종이를 건네주며 나에게 "우리 아버지가 화이트 베어 레이크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계셔. 아마
네게 도움 줄 수 있을 거야?"라고 귓속말을 했다.
다시 종이를 확인 할 때 끔찍한 어린 시절에 대해서 생각을 든다. 19살까지
아버지에서 달아나지 못 했는데 이제 자취하고 있다. 아마 사회복지사가 필요 없다. 그렇지만 혹시 에밀리의 아버지가 정신과의사를 추천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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