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던졌어?’ 소년이
물어봤다. 소녀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한참 생각한다. 잠시
후 손을 빼고 팔짱을 끼고는 혀를 내밀었다.
소녀의 혀는 그녀의 분홍 스웨터와 거의 똑같은 색깔인 것 같다.
‘나도 메롱 할 줄 알아’라고
눈을 가늘게 뜨고 개처럼 혀를 내밀었다.
소년의 바보 같은 얼굴을 봤을 때 소녀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웃을 때 그녀의 길고 숱 많은 검은 곱슬머리가 그림처럼 나풀거린다. 빛나는 갈꽃이 하얀색 배경인 듯이.
‘왜 웃어?’
‘몰라서 물어? 그런 짓을
하면 못생겼어’
‘뭐라고? 서울에서 그런
예의 없는 말 해도 돼?’ 소년이 외치고 주머니를 더듬는다. 소년이
이제 조약돌도 필요 없고 서울 여자가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조약돌을 던지려는 참에 소녀가 갈꽃다발을
주웠다.
‘꽃의 냄새를 맡으면 코가 간지러워.
한 번 해 봐’
소년은 꽃 향기가 살짝 스치는 것을 감지했다.
‘아니! 코가 꽃에 닿아야
해! 다시 해 봐’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고 심호흡을 했다. 냄새를 맡은 순간에 이마에
따뜻하고 촉촉한 것을 느꼈다. 소년은 그녀가 어떤 장난을 하는가 했다.
얼굴을 드니 소녀의 비죽대는 입술이 바로 앞에 있었다. 입술도 분홍색.
소년의 가슴이 벌떡벌떡 뛰었다. 그의 바지에 이상한 기분이 생겼고
이것이 그의 형들이 자주 말했던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뽀뽀해도 괜찮아?’ 소극적으로
물어봤다.
소녀가 깔깔거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죽대는 입술이 고스란히
소년의 얼굴 앞에서 기다린다.
소년은 무섭기보다는 기대되었다. 수초간에 첫 사랑과 뽀뽀할 것이다!
그 이상 생각하지 않고 예쁜 분홍색 입술에 키스했다. 마법이었다. 소년의 머리가 불꽃놀이로 환해졌다. 바지에 있는 이상한 느낌이 더
심각해졌다. 그리고 소녀의 얼굴이 빛나는 갈꽃보다 훨씬 더 하얗게 되었다.
입술들이 떨어지자 불꽃 소리가 없어졌고 현실이 다시 뚜렷해졌다. 개울가가 조금 더 반짝반짝 거리고 빛나는 갈꽃이 수많은 눈송이처럼 보인다.
소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소녀는 쾌활한 미소를 지었다.
‘시골 남자치고 나쁘지 않았어’
소녀는 뒤도 한 번 안 돌아보고 집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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