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24, 2015

자신의 입장을 떠나서야 잘 반성하게 된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 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 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 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한국 시 중에서 고은의 <낯선 곳>은 제일 먼저 읽었던 것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여운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시이다. 작품을 읽었을 때의 첫 느낌은 바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당시에 나는 대학원생이었고, 몇 개월 동안 매일 공부하며 보고서를 쓰는 생활밖에 없고 주말여행은 생각조차 못했다. 그렇지만 이 시를 읽고난 후 심리적 건강을 위해 쉬는 시간의 필요성을 생각해서 매주 2시간이라도 학교나 집 근처에 있는 낯선 곳으로 가기로 했다. 아메리카나 인도네시아에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으나 아예 익숙해진 장소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 시를 몇번 읽다 보니까 낯선 곳으로 가는 것뿐만 아니라 습관과 버릇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고은의 주요한 주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생긴 버릇을 바꿀 필요가 있다. 떠나는 것은 구체적인 이동의 뜻일 수도 있는데 동시에 '온갖 추억과 사전'의 츨에서 벗어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즉, 한 걸음 물러서는 방법으로만 자신의 버릇과 사고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반성할 것이 있다면 이런 관조직인 자세로 나쁜 습관을 없앨 수 있다.

내가 이 시에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바로 '아기가 만들어낸 말'과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의 대비이다. 아기의 첫마디는 물론 새로운 경험인데 나이를 먹을수록 상투적으로 말하는 버릇이 들 수 있으니 어느새 우리는 임종을 마주할 수 있고 하루종일 똑같은 식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할머니를 알루빠라하는 것은 별개이다. '알루빠'는 외국어인 것 같은데 의미를 찾기 힘들어서 나이 고정 관념을 없애기 위해서 고은은 이런 드문 단어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의 새로움이 버릇으로 바뀌면 다시 반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입장을 떠나서야 잘 반성하게 된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나쁜 습관을 알아애고 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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